치킨, 벚꽃, 2020년 3월 끝 넋두리

치킨을 시켰다.
냉동실에 있던 피자 한 조각, 쉔이 준 컵라면을 다 먹고 후식으로 한라봉까지 까서 먹었는데 무슨 일인지 배달 어플을 뒤적였다. 배는 불러서 더 들어갈까 싶었지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커서 결국 주문했고 40분 정도 흐른 뒤 배달이 왔다. 주문 할 당시보다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먹고 싶은 생각은 좀 잦아들었지만 그래도 먹었다. 몇 조각 먹다가 도저히 안들어가서 치웠다. 거의 목구멍으로 쑤셔 넣은 느낌이었다. 많이 남긴 건 분명 버리겠지.
언제부터인가 생긴 나의 나쁜 버릇은 몇 입 먹고 나머지는 정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버리는 것이다. 돈 버는 어른의 느낌, 평소엔 먹는 걸 결코 남긴 적 없는 비만 인간으로서 느끼는 '나도 음식 그만 먹을 수 있다'는 삐뚫어진 생각들이 자꾸 그런 행동을 부추기고 정당화시킨다. 스트레스의 표출일까? 감정의 포화는 물리적인 상태로 바뀌어 나타나는데 오늘의 치킨이 그런 것 같다.

어째서 기억하고 있는 걸까?
올 해도 어김없이 대화창엔 꽃비가 내리겠지

내 자신이 매우 한심스럽다. 3월 한 달을 꼬박 공문을 기다리며 교육과정을 몇 번씩 수정하고 업무 계획은 손도 못 댔다. 잠정 연기니까. 이 상황인데 예산 요구서는 계속 제출하라 한다. 뿌연 안개 속에 있는 느낌이고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 출근은 계속 하지만 진짜 출근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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