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이 되어야 할 내가 그랬으니 하지만 나도 퇴근은 한다 넋두리

얼마 전에 처음 봤다. 손목에 동글뱅이 세 개가 120도 방향으로 있는 것. 한 명이 아니었다. 너댓명은 되어 보였고 처음 발견 하고 며칠 뒤에 한 명이 다가와서 양 손목 근처에 그린 그림을 보여줬다. 위치 까지 똑같았다. 신나서 얘기하길래 나도 웃으며 들어 주었다. 사실 그 때 매우 떨렸다. 애들에게 드디어 영향이 가는 구나 하고 심장이 떨렸다. 하지만 두려움은 아니었다. 사실 애초부터 예상은 했었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할 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이라고도 수 천 수 백번은 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 전보다 더 진해진 색깔과 큰 모양의, 제대로 된 스티커(아마도 스티커 맞겠지?)를 그 위치에 붙인 걸 수업 중에 보게 되었다. 안되겠다 싶어 바로 수업을 끊고 이야기를 했다. 함께 손목에 동글뱅이를 까맣게 그린 아이들은 여섯 명 정도였다. 그 중 몇 명은 지워지고 있었고 손목에 더 선명하게 다른 것이 자리 잡은 아이는 두 명이었다.

다 놓고 그냥 인간 대 인간으로서 얘기해 준다 했지만 이미 그 곳에서 난 그냥 인간일 수 없었고 애들과 나와의 관계는 아무리 용을 써도 그 관계를 벗어날 수가 없겠지. 그래도 최대한 내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다. 과연 통했을까.

손목의 작은 것을 이야기 하면서 왼쪽 팔의, 늘 가리개로 가리고 다니던 그 것을 공식적으로 이야기해 줬다. 한 번도 얘기해 주지 않았고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얘기해줬다. 왜 내가 이걸 가리고 다녔는지. 단지 그 크기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너희들에게 미칠 영향 때문에, 한 마디로 비교육적이기 때문에, 결코 좋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랬다는 것으로 시작했다. 선천성 거대 모반증 이야기서부터 평생의 컴플렉스였다는 것, 어려서부터 해결방법을 찾았던 것, 겨우 의사를 찾았으나 기간과 비용이 상상을 초월해 잠시 포기를 했었던 일, 그러다 겨우 흔적만 없앨 방법을 찾아낸 일, 4년간 두 차례에 걸친 수술, 20cm 정도 되는 수술 자국, 내가 움츠러 드는 단 하나의 이유, 견딜 수 없었던 어린시절, 늘 팔꿈치까지 오는 소매의 여름 옷을 입기 위해 커다란 사이즈의 티셔츠를 구해 입어야 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하고 나서 생각보다 너무 커서 마음이 안좋아 한동안 우울했다는 일, 친한 친구도 내가 한 것을 보고 자기도 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그 친구는 '그냥', '예뻐보여서'의 이유가 다일 뿐이라 내가 친구에게 화를 냈다는 것도 다 이야기 해 줬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수술 과정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려 했는데 찾기가 어려워 그렇진 않았다. 말 나온 김에 가리개 내려서 보여줄까 했더니 싫다고 했다. 나의 의도를 나의 걱정과 자신들을 아끼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공감해준껄까. 너무 예쁘다. 순수한 녀석들.

그 나이땐 다 멋있어 보이고 다 좋아 보이고 따라하고 싶고 하는 마음이 당연한데 그 걸 알면서도 너희 앞에 서는 선생님보다 나 개인으로의 욕구를 먼저 취했다. 너희를 시험에 들게 해서 너무 미안하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고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난 또 할 것이다.
여전히 마음이 복잡하긴 하다..

덧글

  • 뉴비틀타고슝 2017/09/01 21:21 # 답글

    아......그렇네요.....그렇겠네요...
    풀어가신 방식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그냥 훈계조로 끝났으면 아이들은 듣지도 않았겠죠.
    샘의 진심이 통했네요. 멋져요 샘
  • TORY 2017/09/02 08:34 #

    언젠가는 이런 일이 생길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닥치니 당황스럽더라구요.
    잘 알아들었겠죠 ㅠㅠㅠ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