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살러 온 물고기(열대어) 베타와 휴양 온 강아지 똘똘이 토리라이프

지난 7월 어느 한 고객님이 원치도 않았던 한 생명을 내게 건냈다. 난 키우고 싶은 마음도 기대도 안해서 매우 당황했으나 종이에 적힌대로 열심히 하루에 7알씩 사료도 주고 때가 되면 물도 갈아 주고 했다. 내가 자리를 비웠던 3주 동안 대신 보살펴 줄 사람들을 위해 물고기 밥 일지도 달력으로 만들어 체크할 수 있도록 책상 위에 뽑아서 붙여 두었다.

▼ 9월, 아직은 화려한 모습

그렇게 여름을 잘 보냈는데 얘가 점점 이상해 지는 게 바닥에 붙어서 몸도 기울어져 가만히 있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뭐지 왜 이러지 하고 팔자에도 없는 물고기 관련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이 베타라는 어종이 열대어라서 물이 차가우면 기운이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어쩌나 고민 끝에 과학실에 문의 하여 실과/과학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자동 수온 조절기를 구입했다.





▼ 10월, 한 달 새 지느러미가 많이 상했다


근데 이것도 사실 반자동인 것이 퇴근하고 나면 전기가 차단되어 수온이 다시 내려갔다. 그렇게 낮에만 적정 수온에서 지냈더니 점점 지느러미가 상해갔다. 그래서 겨우 상시전원을 찾아 퇴근할 때 수조 통채로 들고 가서 상시전원에 꽂고 출근하면 다시 빼서 수조 들고 와 내 책상 옆에 두고 돌봤다. 근데 저 실험용 수조가 10리터 짜리인데 무겁기도 하고 맨날 왔다갔다 하면 물이 출렁 거려 스트레스 더 받을것 같고 지느러미는 점점 더 상해가고 하여 겨울엔 우리 집에서 돌보기로 결정.





▼ 하지만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지느러미. 12월.


한 생명을 거두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팽겨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이 녀석을 내게 건넨 사람이 너무 짜증난다.
지느러미가 저렇게 되는 건 꼬리썩음병 혹은 지느러미 녹음 현상이라고 했는데 꼬리썩음은 진행이 빠르다고 하고 저건 녹음 현상 같았다. 저걸 치유하려면 1% 소금욕을 20분 정도 하면 된다는 인터넷 검색 결과를 토대로 3,4회 해줬었는데 수돗물 받으면 염소기 빼야 하고 또 다시 수온 맞춰야 하고 너무나 고되어서 하다가 말았다.... 그래도 더 나빠지는 것 같지는 않아 다행이다.


지난 주 우리 집에 휴양차 내려온 L언니와 똘똘이와 함께 지내다가 41조 연수가 시작되고 바로 같이 본가로 가서 오늘 왔는데 혹시 그동안 굶어 죽는 건 아닌가 했으나 다행히 활발하다. 기름기 둥둥 뜬 물 갈아 주고 사료 몇 알 주고 했다.
내 손에 들어온 이상 나몰라라 하진 않을테지만 열과 성을 다할 수는 없다.... 이름도 안붙여 주었고 그냥 목숨대로 살다 가길.





▼ 휴양차 시골 집에 쉬러 온 또링또(2016.12.27)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잠시 휴식이 필요했던 L언니가 똘똘이와 함께 내 집에 방문했다. 나흘간 휴양 계획이었지만 노령에 귀도 잘 안들리고 특히나 엄마와 떨어지면 불안해하는 녀석이 적응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컸다.
다행히 L언니가 종일 똘똘이랑 함께 있어서 그런지 불안해 하거나 스트레스 받아하진 않았다.





▼ 침대에 햇빛 쬐며 숙면

일명 마약방석이라 불리는 저 분홍색 방석에서 늘 지내는 똘똘이가 우리 집에선 침대에도 올려달라 하고 이불에도 폭 파묻히기도 하고 활발한 모습이 보여 톨님과 L언니는 함께 눈물을 훔쳤다. 저 방석은 구입한지도 엄청 오래됐고 세탁도 힘들어서 거지꼴을 면치 못할 정도의 상태인데 본가에서는 두 꼬맹이(톨님 조카)를 피해서 늘 저곳에서 지냈다. 엄마랑 한 이불 덮고 자던 똘똘이가 이젠 절대로 함께 자지 않는다.

근데 지난 주 나흘동안 내가 사랑하는 내 강아지가 내 똘똘이가 내 집에 와서 지내며 내 거실에 있는 내 러그 위에서 단잠을 나고 내 침대 위에서 일광욕을 했다. 아 행복해라.


작년부터 백내장 진행, 청력 약화에 기관지협착증, 11월 초 치매 초기 진단, 어제는 디스크 판정을 받았다. 자다가 자세를 살짝이라도 바꿀라 치면 완전 크게 비명을 내질러 병원에서 엑스레이사진을 봤더니 경추, 요추 디스크가 심하다고. 거기에 진행중인 기관협착은 3기정도(원래 기관지의 50%)이고 그로 인한 심비대가 생겼다고 한다. 양쪽 신장에 결석도 확인했다.

2003년 6월 28일에 우리집 똘똘이가 된 강아지. 노화로 인한 질병이니 억지 부리려 하지 않으려 한다. 그저 지금보다 통증이 더 심해지지 않고 그럭저럭 여느 노령견처럼 에구구구 삭신이야 정도만 하다가 편안하게 갔으면 좋겠다. 온갖 고된 병으로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늘그막에 후각훈련을 한답시고 노즈워크 담요를 사서 했더니 처음엔 담요를 깔고 앉아 내 손끝만 바라보았다. 이틀 정도 하니까 이제 킁킁킁킁 혼자서도 잘 찾는다. 귀여운놈.


핑백

  • 버닝티오알와이 : 우리 집에 와서 1년 4개월 살고 있는 물고기(열대어) 베타 2017-11-11 13:50:21 #

    ... 작년 7월에 누가 줘서 보살 피고 있는 물고기 - 열대어 베타 (관련포스팅: 우리 집에 살러 온 물고기(열대어) 베타와 휴양 온 강아지 똘똘이) 이름은 없다. 정드니까. 생명을 맡겼으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적당히 보살피는 거지. 근데 올 초 아주 심하게 지느러미가 상했었는데 ... more

  • 버닝티오알와이 : 2017 겨울의 나와 똘똘이 2017-12-30 21:13:14 #

    ... 학교 간 사이 일광욕 하며 늘어지게 자는 또링또 사진을 언니가 보내줬다. 작년 겨울에도 누추한 내 집에 와서 며칠 지내다 갔는데(관련포스팅:우리 집에 살러 온 물고기(열대어) 베타와 휴양 온 강아지 똘똘이) 올 해도 그리해주니 너무 기뻤다. 비록 그 때랑 지금이랑 건강상태가 천지차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똘똘이. 사람 감기는 개한테 안 ... more

덧글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