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울다. 토리라이프

시작은

-너 지금 뭐하는 거니?
"(다가오며 책 한쪽에 있는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여기 이부분 빙고 게임하는거야"
-그게 아니라 지금 이게 수업이냐고
"........................."
-나한테 잠깐 시간 줄 수 있냐?
"물론."
-(앉아있는 사람에게)눈 감아.

-눈 감아. 손머리. 눈 안감아? 누가 눈 감으랬는데 나랑 눈 마주쳐. 손들어

-아까 공 찬 놈 누구야.

-대답안하지. 아까 공 찬 놈 누구야.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왜 공찼어. 너네 반에서도 수업시간에 공차고 놀아? 지금이 체육시간이야? 여기 뭐하러 왔어. 영어 배우러 왔으면 원어민 선생님 말 잘 듣고 조용히 앉아서 공부해야지 어디서 떠들고 장난치고 있어. 내가 뒤에 앉아 있었는데도 이 정도면 평소에는 얼마나 떠들었단 거냐. 앉아. 너희들 지금 왜 손들고 있어

"공차서요 수업시간에 장난치고 떠들어서요."

- 중 략.



-(사람들이 나가고) 방금 수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사실 방금건 수업이 아니었어. 그건 수업도 그 무엇도, 아무것도 아니었어.

"완전 끔찍했다. 애들은 날 무시한다. 내가 뭘 해야 할 지 모르겠어"

-난 네가 "내가뭘해야할지모르겠다"는 말을 100년 전부터 들어왔던 것 같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같은 패턴으로 내가 백번얘기한 것 같다. 무시하는 건 애들의 자연적 습성이야. 애들이라 그렇다. 그렇지 않으면 걔들은 애들이 아니지. 그리고 넌 겨우 한 두번 시도하고 애들이 무시한다고 하며 포기하지? 한 두번 말해서 알아들으면 그건 성인이다. 네가 교육을 전공하지 않아서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애들은 원래 그러니 끈기를 가지고 계속 시도해야 해. 그래서 내가 전에 아동심리학이나 아동발달에 대한 책을 읽으라고 했을텐데? "내가 지금 무슨말 하는지 알겠어요? 모르겠죠?"

"아.. (어깨를 씰룩한다)"

-내가 지금 무슨말 하는지 알겠어?라고 한국말로 했던 거였어. 모르겠지? 애들도 똑같아.

"맞다. 네가 그 얘기 했던 것 같다."

-맞아. 난 너한테 했던 얘기 또하고 또하고 그래. 근데 넌 전혀 안듣는것 같어. 그리고 대체 왜 내가 말했던 박수나 제스쳐 혹은 손 기호를 쓰지 않냐?

"애들이 날 무시한다"

-(돌아버리겠네 ㅅㅂ롬) 박수 세번이라고 말로만 하면 애들이 그걸 알아들을 것 같니? 네가 박수를 쳐야지. 한국말로 해도 집중시키기 힘든데 ABC도 모르는 애들이 당연히 모르지. 그리고 애들이 널 무시한게 아니라 네가 애들이 널 무시하도록 만든거야.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애들이 집중 안하고 떠드는 건 애들 탓이 아니라 선생탓이다. 선생이 지도를 못하니 애들이 겉도는 거야.

"난 최선을 다했어. 그치만 몇명은 항상 내 말을 무시하고 전혀 집중하지 않아"

-내가 할 땐 애들이 잘 따라 하는데 왜그럴까? 네가 전혀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거야. 넌 가르치는 것에 대해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어. 그리고 네가 기억력이 나쁘다고 하는데 나쁘면 기억할 수 있게 노력을 해야지 내 눈엔 그게 전혀 안보인다. 그렇게 때문에 넌 그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은 것 처럼 보여. 이건 네 직업이라고

"내 수업능력이 너무 부족한 것 같다. 그리고 수업 과정이나 다른 것들은 모두 메모하고 기억하려고 하지만 내 기억력이 너무 형편 없어."

-기억력이 문제가 아냐. 하려고 하는 시도, 노력이 중요한거지. 아무튼 다음 목요일 이 수업은 내가 해 볼테니 뭐가 다른지 한번 봐. 애들이랑 의사소통이 되든 말든 전부다 영어로 할테니

"넌 내가 수업 참관록 쓰길 원해?"

-(열불이 난다) 내가 원한다고 쓰는게 아니라 네가 원해서 써야 하는 거야. 이건 날 위한게 아니라 네 수업스킬 향상을 위해 하는 거니까.

"예전에 네 수업을 계속 보면서 제스쳐나 그 밖에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많이 배웠고 너에게 참관록도 제출했었어."

-알았어(이 개생퀴야). 그럼 앞으로 네 수업에 일절 참여 안할게. 전혀 이 교실에 들어오지 않을테니까 3,4주 뒤에 다시 왔을 때 네 능력이 조금이라도 향상됐길 바란다. 넌 내가 이런 식의 말을 하면 항상 표정이 어두워 진다. 이런 얘기가 싫으면 노력을 해. 누군 이런얘기 하는 거 좋은 줄 아냐?

"(썩은얼굴을하고)그래 맞아. 이런 주제 별로 좋아하지 않아. 내 수업능력은 정말 끔찍하지...."

-난 너땜에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는다. 넌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내 도움을 필요로 해서 내가 조언을 하면 정작 그 말은 내켜하지 않고 귀답아 듣지 않지. 정말 너한테 많이 실망했어

(시선을 떨구더니 곧 울 것 같은 얼굴)

-아. 그러지 마. 제발 그러지마. 아 울지 말라고

(눈물이 주르륵)

-울지마라. 야 화장실 가서 휴지 가져와. 어쨌든 시간됐으니 수업해. 이따 얘기하자구.







수업이 끝나고 다시 가보니 불은 다 꺼놓고 히터도 안켜고 있다.

-아깐 내가 미안했어.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지?

"나... 난."

"화. 나지 않았어.. 단지 슬플 뿐이야."

"난 널 좋아하고 존경해. 코티칭할 때 옆에서 많은 걸 배우고 있지. 널 실망시킨게 너무 슬프다."

-어쨌거나 너무 직설적이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동안 계속 반복된 일이어서 말 해야만 했어. 불은 좀 켜고 있지 어두우면 사람이 더 우울해져. 그리고 겉옷 입고 있는데도 춥다. 이럴땐 히터 틀어도 된다. 반팔입고 앉아서 히터튼 것은 이해가지 않지만 외투를 입었어도 춥다면 그건 정말 춥다는 거니까 틀어도 돼. 암튼 울지 말고 기분이 좀 나아지길 바라.

"고맙다."

-낼 보자.

"내일 보자"









나랑 하는 똑같은 수업이 일주일에 8시간. 그 수업 중 부엉이의 역할은 다이얼로그 보여준 후에 내용파악 하는 질문 서너개와 2차시엔 챈트 알려주고 3차시엔 노래 알려주는 게 땡.
겨우 그 질문 서너개를 못외워 맨날 종이보고 질문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도 몰라 틀린답 말해도 엑썰런트. -_-병신
똑같은걸 6~7번하면 외우기 싫어도 저절로 외워지질 않나?
그리고 수업시간에 항상 멍때리고 있는다. 자기 차례가 와도 멍.
이건 뭐 하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거지.

수업이 없는 빈 시간엔 항상 컴퓨터를 쳐다보며 뭔가를 한다. 대체 뭘 그리 하는 걸까 수업준비나 열심히 할 것이지.
매주 수요일까지 지도안 내라고 해도 안내고 당일 되서 말하면 그제서야 자기 교실로 돌아가 대충 써서 메일 보내고.


1,2학년 수업에선 입만 나불거린다. 하... 정말 어이가 없다. 진짜 어제 본 그건 개판이었다.

내가 2학기 들어 많이 했던 말이 뭐였냐면 "3학년 수업이 많은 날은 몸이 너무 피곤하다. 6학년 애들은 말로 하고 이것 저것 시키면 되지만 3학년 애들 앞에선 온 몸으로 제스쳐하고 동작 하나하나 오버하고 목소리 톤도 다양하게 쇼를 해야 해서 수업을 하고 나면 정말 녹초가 된다." 였다.


근데 수업시간에 바지에다 똥싸는 애들한테 영어로만 나불거리면 애들이 집중해서 자기 말 잘듣고 그럴 줄 아는 건지 참 답이 안나온다.


애들 혼내고 난 다음에 열심히 따라 하려고 노력하는 애 한테 스티커 주라고 했더니 앞에 있던 애들이 더 잘한다고 한마디 토를 단다. 뭐 하라고 하면 꼭 그냥 하는 법이 없지.
앞에 있던 애들은 학원에서 이것 저것 배워서 좀 많이 아는 애들이고 걔들 3~4명 빼면 나머진 다 ABC도 모르는 애들인데 굳이 학원파 애들에게 스티커를 주고 싶은 걸까? 그리고 많이 안다고 스티커 주면 공부 못하는 애들은 평생 스티커 못받겠다? 수업 중 보상은 학습능력이 아니라 학습태도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 보상은 상을 받는 본인에게도 긍정적 피드백이 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다른 학생들에게 동기가 되어 학습에 집중하게 하는 이중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얘기했지만 한 귀로 듣고 또 한 귀로 흘렸겠지.




제발 노력 좀 해라. 기억 좀 해라.
이런 말 한게 한두번이 아니다. 그 때마다 급정색하고 똥씹은 얼굴로 변하고 항상 변명만 해댔다.
그리고 나아지는 건 전혀 찾아볼 수가 없고...

넌 원어민영어보조'교사'다. 교사는 준비가 된 사람이어야 한다.
네가 하고 있는 건 교사가 되기 위해 연습하는게 아니라 실전이야. 난 트레이너가 아니고 넌 트레이니가 아니지.
원어민에겐 일년에 오천만원씩 예산 갖다 바치며 원어민 담당교사에겐 극도의 정신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함께 주는 ㄱ같은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제도. 진짜 돈이 썩어난다. 내가 낸 세금이 아깝다. 지금 내가 집행해야 할 예산이 560여만원이나 남았다. ㅋㅋㅋㅋㅋㅋ 아 웃긴다. 교구를 사봤자 정규 수업 진도 나가기도 빠듯해서 그거 쓸 시간이 없어.

이명박씨 그거 알아? 미국에선 살인범, 뽕쟁이, 거지도 영어해.
(근데 나 이러다 잡혀갈까? 실명거론해서? ㅋㅋㅋㅋㅋㅋ)




덧글

  • 동거녀 2009/11/25 23:18 # 삭제 답글

    어쨋든 중요한건 재계약 안하는거다. 괜찮은 원어민은 꽤 괜찮다던데...
    짜증나겠다, 진짜. 그래도 잘했어~ 그냥 신경끄고 내가 다 하고 말지 하면 저 놈한테 정말 그냥 돈 먹여주는거잖아.
    최악의 원어민을 두었구나. 이것도 진짜 복불복이야.
    우리나라가 한,중,일 중 원어민 선호국가 꼴찌라며~ 그러니 저런 것들도 많겠지...
    재계약을 안해야할텐데!!!!!
    힘내, 어쨋든 제일 고생은 너구나ㅠ
  • TORY 2009/11/25 23:35 #

    [동거녀]님,
    정말 돈지랄이야. 미칠것 같아. 그냥 신경끄고 싶어.... 근데 내 성격이 그게 아니고..
    매주 2시간씩 교직원 대상 영어 연수 있거든? 사람들 안와서 1시간씩만. 아니 한 30분씩만 한다고 선생님들 바쁘셔도 참석 부탁드립니다.라고 해. 근데 아무도 안와.... 내가 신규라 무시하는 건지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아무도 안와... 이 놈 그냥 놀면서 돈 버는 거지 뭐. 그래서 너무 짜증나. 나는 돈아까워 죽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닌가봐. 공짜로 영어하는 놈 갖다 바쳐도 안와.
    암튼 재계약은 없음. 근데 여기서 재계약 안한다고 본국 돌려보내는게 아니라 걍 다른 곳으로 돌린대.. 그럼 거기서도 똑같지 뭐. 내년엔 영어 예산 또 늘린다고나 하고.. 미치겠다 이놈의 영어
  • sincerity 2009/11/26 08:36 # 삭제 답글

    어제 뉴스에 마약하는 원어민강사,, 어쩌구 나오던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문제있는 사람도 있고,
    대외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바로 옆에서 피부로 느끼는 사람도 있고..
    너처럼 실제로 그들과 부대끼고 직접 겪는 사람들의 의견이 적극반영되어야 할텐데,
    뉴스든, 국민여론이든, 몇몇 인식있는 사람들의 건의든 그것들을 통해
    잘못된 정책, 잘못된 정책시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검토, 개선, 발전의 의지가 있어야 할텐데,,
    솔직히 0무원이라는 사람들이 그렇게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이지 않으니,,
    게다가 티비나오는 사람중 최고 못생긴 그양반이 지시한 일이니,
    그다지 낙관적이진 않구나..

    그냥,, 사회를 배운다고 생각해 -_-;;
    원래 세상사는게 그래..
  • sincerity 2009/11/26 08:45 # 삭제 답글

    그리고 영어연수 안가는건,, 그냥 귀찮아서야;;; 무시는 무슨;;;
    다들 그래. 나 같아도 잘 안갈거 같아.
    게다가 또 공짜잖아.
    사람들은 공짜면 무조건 하찮게 여기는 습성이 있거든.
    회사에서 공짜로 해주는 영어교육은 무시해버리면서,
    한달에 2,30만원씩 내서 영어회화학원 이런거 등록하는 사람도 많고 (경험담 ㅋㅋ)
    그런건 그냥 신경쓰지 마.
    내가 볼 땐 넌 정말 퐌타스틱하게 잘하고 있어.
    심즈랑 댄스동영상, 그리고 썬그라스 출근까지 완전 멋있어!! ㅎㅎ
  • TORY 2009/11/26 15:04 #

    [sincerity]님,
    여기에선 영어가 기피대상 1 호. 일이 어렵고 양도 많고.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도 전혀 없음
    승진점수 전혀 없고 이동점수는 전담 몇년해야 조금 주는게 다임
    암튼 이것 저것 짜증나는 게 좀 많네.
    학년 부장이 정보 전달 안해주는거 포기하고 그러려니 한지 꽤 됐는데
    그래도 요새 가끔 울컥하는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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