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았어요 토리라이프

난주 수요일

오랜만에 일찍 푹- 자야지 하는 마음에 6시 15분 경 침대에 픽 쓰러져 이불을 휘어 감고 잠이 들었다.
근데 이상하게 전기 장판 온도를 살짝 높혔는데도 계속 으슬으슬 하기만 하고 오히려 더 추울 지경이었다.
자는 중간 중간 전화가 와 잠이 깨는 바람에 그 때마다 계속해서 온도 조절 다이얼을 만졌다.


왜 이렇게 일찍 자냐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살짝 깼을 때 핸드폰 시계를 확인해 보니 9시 반정도 된 시각이었고 이쯤이면 되겠지 하는 마음에 온도 조절기를 "저온" 방향으로 최대한 돌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 후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다시 깼는데 살짝 뜨거운 느낌이 들어 온도 조절기를 눈 앞에 가지고 와 눈금을 읽어보니 "고온"으로 되어있었고 시각은 거의 11시가 다 되어 갈 무렵이었다. 무려 2시간 정도를 타죽는 고온에 두고 자고 있었다니.
뜨겁긴 했지만 여전히 추웠다. 아, 그제서야 내가 지금 아프구나 하고 느꼈다.


'엄마 나 아파'


이 뒤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엄마가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기억은 잘 나질 않는다. 다음날 오후에 내가 있는 곳으로 오신다는 말씀을 하셨던 건 확실하다.



아프다고 말을 하기가 무섭게 몸이 아픈게 팍팍 느껴졌다. 열이 엄청나게 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추워서 이불은 꼭 끌어안고 있었고 고열로 인해 두통까지 생겼다.
어서 자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맘에 다시 잠이 들었지만 밤 12시, 1시, 2시, 3시, 4시..... 한 시간 간격으로 눈이 떠진다.
몸이 아파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아! 하는 짜증섞인 신음 소리가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터져나온다.
온 몸이 너무 아파서 누울 수 조차 없다. 제 멋대로인 두통에 일어날 기력도 없고 그렇다고 누울 수도 없고.. 정말 너무 힘들었다.
고문도 그런 고문이 따로 없었으며 빨리 이 밤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 밖에 없었다. 한 시간마다 잠에서 깨고 핸드폰으로 시각을 확인하고 그 시각에 한숨짓고 아파하고..
결국 4시가 되어서는 도저히 다시 누울 수가 없어 컴퓨터를 켜고 '신종플루 두통'의 키워드로 이것저것 검색을 해봤다.
신종플루 증상에 고열 두통 그리고 근육통.
내가 몸이 아파 잠을 잘 수가 없었던 것은 바로 근육통 탓이었다.

거의 두시간 동안 컴퓨터를 두드리며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6시 반쯤 되어서 구역질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밥 몇숟가락을 입속으로 쑤셔넣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져 찾아낸 '해열' 약을 한 알 먹었다. 그리곤 다시 침대에 쓰러져 잤다.


눈을 떠보니 8시. 얼른 회사 의료담당분께 전화를 걸어 이것 저것 설명을 드리니 출근하지 말라고 하시길래 병가 신청. 그리고 우리 엄마가 오실 때까지 계속 기다렸다. 일반 내과 가서 열나고 두통있다는 걸 강조해 약도 타오고 계속 신종플루 관련 검색하다가 우리 엄마를 기차역에 가서 모셔온 다음에 우리 엄마가 해주는 밥도 먹고 우리 엄마가 챙겨주는 약도 먹고 우리 엄마랑 우리 똘똘이랑 잠도 잤다.


병가를 내긴 했는데 그날 4시에 출장이 있어서 갔더니 문 앞 체온측정에서 딱걸려서 쫓겨났다. 39.5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라며 꺼지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눈물났다. 나 집에 우리 엄마 있어 너. 그딴식으로 해봐-_- 마음속으로만 눈 흘기며 다시 집으로 와서 우리 엄마가 해 주신 저녁 먹고 약먹고 땀빼고 잤더니 열이 살금 내린 것 같다. 두통도 덜하고 근육통은 아예 사라졌고.


역시 우리 엄마가 짱임



요즘은 확진 검사를 해도 검사를 하면서 바로 타미플루를 처방해 주기 때문에 검사결과 자체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픈몸을 추스르며 정보의 바다를 헤엄친 결과 신종플루는 자연치유가 된다고 하며 타미플루는 치료제가 아니라 증상을 완화해주는 역할 정도만 한다고 하니 그딴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우리 엄마가 차려주신 밥 잘먹고 면역력 키워서 병을 이겨내야겠다는 마음이 쑥쑥!



아무튼 오늘까지 병가를 내서 우리 엄마랑 우리 똘똘이랑 푹 쉬었다.
확진검사는 안해서 이게 신종플루였는지 그냥 계절성 독감이었는지 모르겠으나 요즘 감기 참 무섭다. 혼자 앓다가 회복은 커녕 더 악화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니 오싹한게 우리 엄마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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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괴이한은영 2009/11/02 22:18 # 답글

    역시, 엄마가 짱이죠!!! 엄마표 밥, 엄마표 돈가스, 엄마표 체온계 등등등!!!
    아고..저도 좀 심하게 아파본(대상포진;) 적이 있어서 왠지 토리님의 아픔도 제 아픔처럼 느껴져요ㅠㅠㅠㅠㅠ
    무리하지 마시고, 지금은 그냥 마음 푹 놓고 푹 쉬세요...그리고 역시 엄마가 짱입니다ㅠㅠㅠㅠ
  • TORY 2009/11/04 08:08 #

    [괴이한은영]님,
    사실 엄마가 안계셨다면 아직 안나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 감기 무섭습니다. 은영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 BL 2009/11/02 22:37 # 삭제 답글

    미안해요. 머쓱해지네. -_ㅠ 괜찮나요.. 좀..
  • TORY 2009/11/04 08:08 #

    [BL]님,
    이젠 좀 많이 괜찮아졌네요
    그치만 아직도 몸은 물먹은 스폰지
  • Vincent 2009/11/03 23:31 # 답글

    허걱.. 힘드시겠네요.. 몸조심하세요 ㅠㅠ
  • TORY 2009/11/04 08:09 #

    [Vincent]님,
    우리 엄마 덕에 다 나은것 같아요 ㅋㅋ
    요새 감기든 신종플루든 무서운 것 같아요.
    병가를 자그마치 5일이나 썼답니다
  • s.won 2009/11/07 14:47 # 삭제 답글

    '회사 의료담당분' 이라ㅋㅋㅋ 타미플루 약 껍데기 인증! 인증!
  • TORY 2009/11/08 20:56 #

    [s.won]님,
    우리 회사 좋지? 그런 사람도 있어 ㅋㅋㅋㅋㅋ
    요새 타미플루는 다 처방해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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