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플라시보 내한 공연 토리라이프


폴의 회화수업이 시작하기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한참 How often do you~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질문을 이어 가고 있었다. 미리 말해 뒀기 때문에 가방과 모자를 챙기고 눈빛으로 얘기한뒤 두근두근 강렬한 오후 태양열을 받으며 버스터미널 고고





늦게 가는 것보단 넉넉한게 낫지
그치만 한시간 반 걸린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1년간 통학했던 게 벌써 3년 전 일이라니 그럴만도 하지.
저녁을 좀 일찌감치 먹고 커피집에서 낙서나 하며 시간을 때우자고 계획했다. 건너 테크노 마트에 들러 낙서할 종이랑 펜 구입. 점심으로는 달달한 토스트만 먹어서 배가 많이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곧장 저녁을 먹고 슬슬 출발해서 공원 내 커피빈이나 가볼까하고 생각했다. 몽촌토성에서 버스로 다시 환승하려고 했는데 바로 평화의 문이 나오길래 그냥 여기서부터 슬슬 걸어가지 뭐.라고 생각하고 역시 이글이글 타는 태양열을 받으며 1Km가 넘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갔다.






"흰색 옷을 입고 왔으면 좋겠어요."
올림픽홀 앞은 아직 한산하다. 전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반 정도는 흰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티켓 수령후 바로 입장대기. 올림픽홀 앞은 마땅히 대기할 장소가 없기 때문에 지하 주차장에 스탠딩 구역별 대기 줄을 만들어 놨다. 한 줄마다 200명 단위로 끊어지는데 각각 A,B구역의 1~200번 피켓 앞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 아- 부럽다. 아무튼 사람들은 계속해서 들어왔고 지루하고 심심하고 다리아프고 목마른 상태에서 입장 시작. 예정시각인 7시가 훨씬 넘어서 입장했는데 스탠딩 구역이 휑했다. 설마 C,D 구역이 이상태로 공연시작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을 안고 지루하게 계속 대기. 걱정은 괜히 한 것 같다. 사람들이 계속 꾸역꾸역 들어온다. 짐작건대 초대권으로 오는 사람이겠지. 사실 평일이고, 모토로라가 스폰서가 아니었다면 티켓값이 이렇지도 않았을꺼고.. 아무튼 꽉 차서 좋다






증거, 카메라, 사진
사진촬영 허용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 인가. 내가 공연장에서 공연 도중 공연 모습이 담긴 모습을 찍은 것은 H.O.T.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뿐이다. 필름카메라 직찍이 판치던 시절 디카가 뭔지도 몰랐던 그 때 강친은 녹음기 및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만 압수하고 사진은 맘껏 찍으라며 아량을 배풀어 줬다. 맥스애미는 전에도 말했지만 내 손으로 내 카메라로 찍고 싶은 매력적인 피사체였기 때문에 나름의 룰을 어기고 찍었다. 공연 시작 전 인증사진 같은 건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근데 공연 중 CCD를 환히 밝히며 찍는건 도저히 못봐주겠다. 솔직히 초상권이고 무대저작권이고 나발이고 그딴것 보다는 공연 관람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 엄청 거슬린다. 나는 무서워서 못 찍는데 저것들은 안걸리고 잘도 찍네.하는 마음도 솔직히 조금은 있다. 근데 그것보다 정말 거슬린다. 뷰파인더 모드로 하던가... 액정 밝히며 사진찍는 사람들아. 영화관에서는 안그러잖아. 디카로 사진 찍고 싶으면 제발 뷰파인더 모드로 부탁해. 그리고 요새 경호업체 알바생들 교육이 너무 안되는 거 아닌가. 행사 진행 요원 알바는 아무리 당일 치기라지만 최소한의 교육은 할텐데 알바를 하러 왔는지 공연을 보러 온건지 펜스에 팔 걸치고 엉덩이 뒤로 빼고 편안한 자세로 공연 보더라. 아놔 ㅅㅂ 바로 앞에서 힐 언니들이 디카로 대놓고 찍고 있는데 그거 잡을 생각은 안하고.. 시밤 팔만 길고 조용했어도 내가 카메라 뺏고 고만 좀 찍으라고 했을것을.






드디어 나왔다 fu**ing amazing
내가 6집을 사고 CD 겉포장지에 써있는 광고 문구를 보고 이번에 내한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하지만 그 때는 티켓팅이 끝난지 사나흘 된 시점. 언제나처럼 알맹이는 바로 CDP로 들어가서 한참동안 빛 못보는 생활. 그리고 항상 노래만 듣기 때문에 제목도 모르는 상황; 다행인건 이번 셋리스트가 신보 위주로 구성되었다는 것. 아아아앙ㄱ! 꺄!!!!!!! 호- 휘이익! 야- 갖가지 함성들과 함께 공연 시작...... 좌 브라이언 우 스테판 후 스티브. 라이브다. 벅차오른다. 중간 중간 오른쪽 화면으로 브라이언 클로즈업 넋놓고 바라보다가 다시 무대로 시선 돌리고.. 세월아...... 네가 원망스럽구나. 솔직히 나 나이먹는건 상관 없는데 락스타들은 나이 먹지 말았으며 좋겠다. 세월엔 장사 없어 ㅠㅠㅠㅠ 곡이 끝날 때 마다 양쪽 사이드에 정렬된 기타랑 베이스를 MAD Crew로부터 전달 받고 바로 다음곡 시작. 땡큐. 땡큐 베리 머치. 캄사한니다 정도는 외워 주지. 하긴 브라이언한테 그런 걸 바랄 때가 아니지. 정말 사람들이 다 입을 모다 말하는 Every me Every you에서의 그 환한 미소. 아 뭐야. 뭐지? 내가 지금 뭘 본거지? 그토록 환한 미소라니 이건 조명이 아니라 그 미소 때문에 눈이 부시더라. 그리고 쉬지 않고 달리는 그의 보컬은 전혀 흔들림 없이 강하게 그 곳 전체에/를 울렸다. 그리고 이젠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된 떼창. 사실 내 주변은 따라 부르는 사람이 드물었다. 그래서 잘 못 느꼈는데 후기를 보니 장난 아니었다고 하는데 브라이언도 그걸 느꼈는지 드디어 한 마디 뱉어주셨다. YOU GUYS ARE FUCKING AMAZING.






일상으로 돌아왔어도 눈을 감으면 보인다
아.. 스테판.... 기럭지가 정말 훈훈하다. 그리고 어디서 그렇게 섹시한 자태로 연주하래. 중간에 무대에서 내려와 한참을 있었는데 대체 그 앞에서 어떤 몸짓(!)을 했을지 궁금해 죽겠다. 그리고 그걸 바로 앞에서 본 사람들 부러워 죽겠다! 무대에 비중을 두다가 원샷 들어가면 화면을 봤는데 스티브 원샷은 놓치지 않고 끝까지 봤다. 86년생 우리 스티브는 언제부터인가 상의 탈의를 하더니 하의의 골부터 흠잡을데 없는 매끈한 등근육을 단독샷으로 받아 이 누나를 흥분시켰다ㅠㅠㅠㅠ 아.... 이런 백허그를 부르는 등 같으니라구... 그리고 어찌나 힘좋게 연주를 하던지 나까지 힘줘서 점프하고 놀아서 온 몸이 다 쑤신다. 스테판의 '살랑살랑'과 86년생 우리 스티브의 근육이 눈을 감으면 실시간 동영상으로 재생된다. 하아갛아ㅏㄱ하악. 좀 후덕해진 브라이언 덕에 스테판과 뉴티브에게 이렇게 발릴줄은 몰랐네... 뭐 이렇게 써 놓으니 진짜 변녀같은데 눈을 감으면 보이는게 그 뿐이 아니라 무대위 조명과 그들이 스틸컷으로 보인다. 그 느낌. 그 분위기. 막상 공연장에선 안 이랬는데. 공연이 끝나고선 너무 일찍 끝나서 허무하고 멍하고 그랬는데. 역시 난 뒷북체질인가 보다. 오늘 하루 종일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뒤늦게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려고 한다.






라이브는 좋다
아침 일찍 다시 연수를 받으러 내려와서 거의 반쯤 나간 정신을 간신히 붙잡고서 오후에 있을 Listening Skilled Based 수업을 자료 준비, Jeremy 외 4인과 스크립트 녹음 등등으로 바쁘게 보냈다. 아놔 이건 뭐 천천히 눈감고 돌이키며 음미할 시간, 여유도 없고 뭥미. 다행히 수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Kashia에게 받은 평가도 기분 좋았다. 무겁게 쏟아지는 비를 뚫고 컴백홈. 엄마랑 얘기했다. 역시 로또를 해야겠다고.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CD 잔뜩 사서 잠잘 시간도 아깝게 들어가며 평생 좋아하는 뮤지션들 공연 보면서 영혼을 살찌우고 싶다고. 밥을 못 먹어도 좋다. 새 신발 없어도 좋다. 사양 괜찮은 컴퓨터 없어도 된다. 정신적 만족감은 그런거니까. 어쨌든 라이브는 좋다. 정말 좋다. 세상의 모든 (실은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들에게 고맙다. 라이브는 멋지다. 이런 멋진 라이브를 해 준 PLACEBO가 고맙다. 자 그럼 이제 후유증으로 한 번 고생하러 가볼까나.








덧글

  • 아밀 2009/08/07 00:35 # 답글

    맞아요. 다른 사람들은 상관 없지만 시대의 보물인 락스타에게만은 신께서 부디 나이를 먹지 않는 권능을 사사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 아휴 아직까지 아른거리네요 ;ㅅ; 스테판은 A구역으로 왔을 때는 그냥 고개 꾸닥꾸닥하면서 배싯배싯 웃고 막 그랬던 것 같아요. 손 내밀어주기를 기대했는데 그렇진 않더라구요. 아잉. ㅠㅠ
  • TORY 2009/08/07 23:30 #

    [아밀]님,
    그 기럭지를 앞에서 보셨군요 ㅠㅠㅠㅠㅠ 저는 글쓰는 재주도 없고 공연 끝나면 다 까먹어서
    아밀님 같은 분께서 써주시는 후기를 보며 음미하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ㅠㅠㅠ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계속 생각나요. 아련하네요.
  • openureyes 2009/08/08 15:08 # 삭제 답글


    좀 더 예전의 우중충한 노래들도 끼워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 ^
  • TORY 2009/08/10 20:35 #

    [openureyes]님,
    입장하고 나서 매드 크루가 악기 튜닝할 때 The Crawl 전주 3초 하길래
    잔뜩 기대했는데 안부르더라구요
    개인적으로 Without you I'm nothing을 이 땅에서 듣고 싶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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