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난방 이야기 토리라이프

단 둘이 지내기엔 좀 넉넉하다 싶은 본가엔 사람의 온기가 그만큼 그리워 집안이 더욱 냉랭하다.


이것저것 아끼시는 엄마의 생활습관은 이미 나의 생활습관이 되어버린지 오래지만 아껴야 할 품목에 세금 말고 다른 영역을 확대했으면 한다.
물을 물 쓰듯 쓰고 싶다. 전기도 맘껏. 가스도...
내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당연히 내 방 보일러는 차단되어 있었다. 난방은 집 전체를 통털어 오로지 안방 한군데 뿐.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나를 맞이하는 시베리아 벌판에서나 느낄 법한 냉랭한 방 공기. 하나 남는 방이 남향이라 그리로 본거지를 옮기라는 엄마의 말씀. 그치만 그 동안 식어 있던 방을 덥히려면 가스가 더 많이 들어갈 것 같고 컴퓨터 이사하는 것도, 남는 방에 있는 책상도 맘에 들지 않아 그냥 원래 내 방을 사용하기로 했다. 21도에서 22도 정도를 유지했던 내 방이 하루사이에 15도로 온도 급락. 그 와중에 컴퓨터를 켜고 왔다갔다 하니 내 온기로 1도가 올라가 16도가 되었다.


추운 방에 있으면 손발이 꽁꽁 차가워 지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보다 더 한 문제가 있는데 컴퓨터 팬 설정 온도보다 기온이 더 낮아 케이스 팬과 CPU 팬이 돌아가질 않는다. 케이스 팬은 안돌아가도 상관 없는데 CPU 팬이 멈추면 삐- 하는 전자음이 메인보드에서 계속 나기 때문에 굉장히 거슬린다. 손가락으로 팬을 돌려도 보고 동영상을 4배속 재생 해서 CPU가 일 좀 하게 해봐도 그건 잠시 뿐. 본체에 이불이라도 둘러서 좀 덥혀야 할 지경이다. 다행히 조금 시간이 지나면 원체 발열이 심한 파워 덕에 케이스 뚜껑만 잘 닫아 두면 팬이 잘 작동한다.


이 쯤되면 가스비 얘기가 안나올 수 없는데 거 참 이상하게도 우리보다 적게 쓰는 집이 수두룩하다. 유여사께서는 세금문제에 민감하셔서 매달 고지서와 실사용량에 대해 꼬박 꼬박 점검하고 넘어가신다. 그런 유여사께서 지난달 가스 사용량이 100키로(키로 뒤에 붙는 단위는 잘 모르겠다.)나 나와서 약간 흥분하셨다. 지난 달엔 내 방, 안 방. 이렇게 두 군데 난방을 했는데 그래봤자 실내 설정 온도가 22도를 넘지 않았다. 보일러나 많이 때고 춥지나 않게 있었으면 억울하지도 않지.... 이건 뭐 추위는 추위대로 타고 돈은 돈 대로 내고.... 우리 집이 이런데 다른 집은 상황이 어떤가 궁금해서 윗층과 아랫층에 순찰을 다녀왔다. 현관문 밖에 가스 사용량 자가검침카드를 유심히 살펴보고 왔다.
근데 이게 왠일. 7가구 중 5가구는 평균 50을 썼고 우리 윗집은 사용량이 8 -_-; 아랫집은 250을 썼다. 이거 뭐지-_-
우리 윗집은 새벽까지 쿵쿵대는 소리 + 마늘 찧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 달동안 집을 비운 것도 아니고....
우리 아랫집은 얼마나 불을 땠길래 250이나 나왔을까
그리고 나머지 집들은 보일러를 거의 안켜고 사는 걸까.
정말 아리송한 가스 사용량..... 아파트 전체를 돌며 사용량을 조사해봐야 하는 걸까......


가끔 유여사께 한 달동안 얼마나 나오나 시험삼아 온 집안을 뜨끈하게 하고 살아보자고 우는 소리를 할 때가 있지만 과연 이게 돈 만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에서 외출복 말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있고 싶은 생각, 더 나아가서 따땃한 방에서 맨발에 반팔로 있어보고 싶다는 생각. 근데 지금 빙하는 녹고 있고 해수면은 상승하고 여름이 길어지고 겨울에는 쓸데없이 포근하다가 갑자기 한파가 찾아오는 지구 온난화 및 이상기후현상에 대해 나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적게 해야지 하는 생각이 크기 때문에 또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예전에 본 MTV 공익 광고 중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모두 스웨터나 목도리 같은 걸 뜨고 있었고 나중에 그걸 다 입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실내 온도를 1도만 낮추면 연간 얼마가 절약된다더라,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라는 문구가 나온 것이 있었다. 사실 아직도 따뜻한 실내에서 겨울에 반팔을 입고 생활하는 사람들이 있을테지. '내 돈 내고 내가'로 시작하는 답변은 듣고 싶지 않다. 아까도 말했지만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 난 사실 요즘 정말로 두렵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얼마 안있어 물바다가 되겠지.
아직도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면서도 우선순위에 두지는 않는 것 같다. 어릴때부터 먼저 이런 문제에 대해 우선적이고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하나 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명감에 혼자서 열렬히 타오를 때가 있다.


아아. 얘기가 정말 산으로 갔네. 하여간 우리집의 난방시스템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근데 그게 정학히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다른 집은 정말로 우리 집보다 난방을 더 안하고 사는건가? 그렇다면 정말로 존경스러운 사람들.
비록 에어메리는 아니지만 옷 여러겹 껴입기 보다 확실히 보온에 강한 -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산 내 내의가 좋긴 하다. 그치만 엄마랑 보일러 문제로 토론하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 가끔은 풍부하게 따뜻하게 살고 싶다 ㅠ







덧글

  • 닭케 2008/12/07 02:30 # 답글

    아아 정말 추운 포스팅이군요 ㅠㅠ
    추운 날씨 - 추운 집 - 아 추워 ㅠㅠ 덧글 다는데도 손이 시리네요 ㅠㅠ
    정말 가끔은 풍부한 따뜻함을 원해요 - 오들오들
    빨리 추위야 가라! -
    (근데- 이귤류 스킨이 넘 귀엽네요! 스킨은 참 따뜻한느낌 ㅋ)
  • TORY 2008/12/08 23:38 #

    안타까운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차가운 방에서 꿋꿋하게 컴퓨터 라이브를 즐겼습니다
    스킨이라도 따뜻한 느낌이 들어야지 안그럼 정말 못 견딜 것 같아요ㅠ
  • sincerity 2008/12/08 13:28 # 삭제 답글

    정말 가슴 절절한 내용 ㅠ.ㅠ
    바비엥이랑 하늘채랑 웜홀로 연결되어 있어서 문만 열면 서로 왔다 갔다 했음 좋겠다.
    그럼 따뜻한 방에서 놀수도 있고
    똘똘이 맨날 볼수도 있고 ㅠ.ㅠ
  • TORY 2008/12/08 23:39 #

    L언니가 똘똘이 사진 얘기해서 귀찮다는 식으로 말했더니
    완전 삐져서 목소리 급암울해지고 무서웠음
  • Vincent 2008/12/09 00:04 # 답글

    와아 역시 톨님 블로그 디자인은 '세련' 그 자체입니다 ~

    그나저나 그렇게 춥게 사신다니 ㄷㄷ..
    저는 집주인이 난방 하는대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올해 초 겨울엔 바닥에 발을 못댈정도로 뜨거웠었는데
    요즘은 날씨가 부쩍 추워졌는데도 불구하고 냉랭 하네요 -_-;;
    그래도 16도까지는 아닌듯... 글을 읽고나니 왠지 방이 따뜻해진 기분이에요 =ㅁ=;
  • TORY 2008/12/14 21:52 #

    바닥에 발을 못댈 정도가 과연 어떤 상태인지 상상이 안가는군요 ㅠㅠㅠㅠ
    지금은 그나마 방을 옮겨서 전보다는 양호한 상태로 지내고 있답니다
  • 성원 2008/12/09 01:13 # 답글

    너는 모를것이다. 한달 넘게 또리를 못보는 이 괴로움을. 넌 맨날 보니까 거기서 거기지만 난 아니란 말이다. 게다가 이번 주말에더 또 못가게 생겨서 성질나 죽겠는데 말이지 흥.
  • TORY 2008/12/14 21:53 #

    차가지고내려와
    올때 내 짐도 다 가져오기 바람
    RGB케이블은 없어도 됨. 홈플러스에서 딴거 새로 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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