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나눠 먹는 사이와 재난과 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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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택배 찾을 때 퇴근하면서 관리실 지나치며 차를 잠깐 세우고 찾아간다. 얼마 전 차에서 내렸는데 경비원 분이 차 신기하다며 몇 마디 나눴다. 그 뒤로 나를 기억하셨는지 내가 택배를 찾으러 가서 내 이름 찾아 서명을 하고 있는 동안 우리집 호수를 알고 택배를 찾아서 건네 주신다 ㅋㅋ 경비원이나 청소하는 분께 항상 인사하는데 오늘 엘레베이터 앞에서 경비원 한 분이 계시길래 아무 생각 않고 인사했더니 나를 알아봐 주시는 경비원 분이었다. 역시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금요일에 택배를 찾을 때면 아파트 금요장터에서 파는 간단한 주전부리라도 하나 사서 드릴까 하다가 늘 관뒀다. 그 이유는 내가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거나 하면 중노년 남성들은 나를 하대하기 때문에..

초임지였던 홍성에서 가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할 때가 있었다. 학교 앞 횡단보도에 실버봉사단이라고 완전 어르신들이 교통안전 봉사를 해주고 계셨다. 처음엔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가던 길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교문으로 쏙 들어 갔다. 근데 매일 뵙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났을까. 자전거를 타고 출근 하다가 횡단보도에선 내려 신호가 바뀌어 자전거를 끌고 인사를 했는데 그 어르신 내가 인사 하는 도중 걸어 다니라며 뭐하러 자전거를 타고 다니냐고 갑자기 듣기 좋지 않은 투로 쏘심....
하.... 아예 인사 안했다면 그런 듣기 싫은 말, 그런 무례한 어투 안들어도 됐겠지.

뭐 이런 좋지 않은 기억, 그리고 이것 말고도 인사를 하면 늘 따라오는 중노년 남성으로부터의 하대가 많았기 때문에 요즘 나를 알아봐 주시는 경비원 분을 대하기가 긴장의 연속이다. 그치만 이분은 아직까지 내게 한 번도 말을 놓은 적이 없으셨고 택배를 찾아 주는 것 이상의 사생활에 대한 관심이나 그에 대한 대화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엘레베이터 앞에서 김장하시나 봐요(내가 김치통을 들고 가는 걸 보시고) 정도의 인사말 정도만 해주시기 때문에 그동안 내가 겪었던 중노년 남성과는 다른 것 같다.

그러니 좀 긴장을 풀고 금요장터의 타코야끼, 풀빵, 꽈배기를 나도 사먹어야 겠다. 그동안 혼자 그런거 사먹기 좀 그렇고 양도 많았지만 곧 나를 알아봐 주시는 경비원 분이 있으니 한 번 나눠 먹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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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세월호에 내가 타고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너무 괴로웠다. 지금도 가끔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내가 인솔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휘할 것인가 고민하곤 한다.

오늘 오후 2시 반. 갑자기 우우우웅 하더니 내 머리 위 쪽으로 천장에 달려있는 TV가 덜컹덜컹해서 고개를 들어 보니 꼭 거인이 종이 상자를 손에 쥐고 좌우로 흔들어 안에 뭐가 들어있나 확인하는 것처럼 건물이 흔들렸다. 탱크가 왔나? 어디 폭탄이 터졌나? 한참 거인이 건물을 흔들고 난 뒤 놀라서 뛰어 나갔더니 복도엔 아무도 없다. 옆반에 들어가서 지진이에요? 느꼈어요? 묻고 서로 겨우 공감했다. 뭐지. 다른 사람들은 뭐 하는 거지.
창문 밖을 보니 마침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우리반 녀석들이 눈에 들어와 물어봤다. 그랬더니 저마다 얼굴에 온통 물음표만 띄우며 그저 노는 걸 방해 받아 상심한 눈치다. 다치지 않게 놀라는 잔소리를 꼭 붙이고 자리로 돌아와 트위터를 켜봤더니 지진이 맞네.

포항에서 시작한 지진이 전국민이 느낄 정도였다면 해당 지역은 얼마나 피해가 클 까. 트위터에선 속속들이 포항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 그 중 한 학교에서 지진으로 학생들이 나가자 지금 그렇게 나가면 무단이탈이라며 소리쳤다는 교사들의 이야기도 있었다.
뭘까. 건물이 흔들리고 있는 와중에 출결사항이 중요한 걸까? 그게 '매뉴얼'인걸까? 그게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걸까? 도대체가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친 게 아니다. 과유불급은 안전엔 통하지 않는다.
그 상황을 접하고 세월호가 떠올랐다. 물론 완벽한 교집한은 아니지만 그래도 접점은 있기 때문에 또다시 나는 괴롭다. 그런 상황이 닥치면 나도 출결 운운 하며 가는 학생들을 막을까? 아니면 가는 학생들 막는 다른 동료나 관리자가 있을 경우 그들을 무시하고 내 재량껏 내 책임 아래 있는 학생들을 대피시키고 교실에서 벗어나 정규 학사일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부디 2018학년도 대입 수험생도 해당 지역 거주자들도 모두 더이상 탈 없이 마무리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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